최근 시니어 카운슬링에서 새로운 주제가 '시들함languishing'과 '소확혐-소소하지만 확실한 혐오'라는 신조어이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정신건강 상태를 새로운 방식으로 묘사하는 셈이다. '시들함'이란 명확한 우울증이나 불안 장애 진단을 받을 정도는 아니지만, 삶에 대한 에너지, 목표 의식, 흥미가 크게 저하된 상태를 가리킨다.
전통 심리학은 '시들함'을 독립적 진단명으로 다루지는 않았지만, ‘우울 전구 증상prodomal symptoms of depression’ 또는 ‘아노미anomie-사회적 규범 상실로 인한 방향감 상실’로 해석해왔다. 초기 단계에서 시들함을 발견하고 개입하는 것이 주요 우울장애로 진행되는 것을 막는 데 중요하다.
'소확혐'은 일상 속 작은 불쾌감이나 짜증을 적극적으로 인식하고 표현하는 문화적 경향을 뜻한다.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긍정적 흐름에 대한 일종의 반작용으로 등장한 개념이다. 전통 심리학으로 ‘부정성 편향negativity bias’이 적용된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부정적인 정보를 더 민감하게 인식하고 오래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 소확혐은 일상 속 작은 부정적 경험을 과도하게 확대 인식하는 심리적 경향을 반영한다.
그러므로 '시들함'과 '소확혐'은 단순한 유행어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시니어 카운슬링의 중요한 징후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전통 심리학의 틀 위에 현대적 문맥을 반영한 심층적 이해와 개입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배경에서 시니어 카운슬링은 전통적인 주제-치매, 우울증과 자살, 조현병과 양극성 장애, 망상장애와 불안장애, 신체형 장애와 약물 사용 장애 그리고 불면증 장애를 다루면서도, 이를 발현시키며 악화 시키는 시들함과 소확협을 다루게 된다. '시들함'은 무기력과 좌절의 전조이며, '소확혐'은 일상 스트레스의 누적된 징후이기 때문이다.
즉, DSM-5-TR의 '이상행동abnormal behavior' 진단diagnosis과 치료treatment와 더불어 ‘질병이 없다고 건강한 것은 아니다no illness≠health’는 시니어 카운슬링 접근이 되어야 하는 셈이다.
□ 목차 □
프롤로그 8
제1장 호모 헌드레드 9
1 시들함 22
2 노인과 바다 35
3 즐거운 에이징 51
제2장 시니어 카운슬링 73
1 신유로서의 카운슬링 81
2 시니어 카운슬링 실제 94
3 기억 안아주기 131
제3장 노년기 NCD-치매 카운슬링 177
1 NCD-치매 이야기 190
2 NCD-치매 이해 203
3 NCD-치매 예방과 치료 260
제4장 노년기 우울증과 자살 387
1 노년 우울증 이해 391
2 노년기 우울 국악치료와 반려동물 치료 402
3 노년기 자살 448
제5장 여타 노인성 정신 장애들 503
1 조현병과 양극성 장애 513
2 망상장애와 불안 장애 535
3 신체형, 약물사용과 불면증 장애 548
제6장 타나토스 577
1 아무르-죽음 관찰 579
2 병원에서 죽는다는 것 599
3 단식 존엄사 622
에필로그 696
참고문헌 698
찾아보기 701
부록 712
전통적인 노인 상담 교과서에는 없는 ‘시들함(languishing)과 소학혐’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노년기 정신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이책은 이 문제를 다루고 있는 노인 상담학의 최신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은퇴한 김 어르신은, 평생 공기업에 다니며 바쁘게 살았다.막상 은퇴하고 나자 “이제 하고 싶은 걸 하라”고 주위에서 말했지만, 정작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아침에 일어나도 뚜렷한 목적이 없었다. 시간은 흐르는데, 아무 일도 하고 싶지 않았다. 특별히 우울하거나 절망적이지는 않았지만, “사는 맛이 안 난다”고 투덜거렸다.
김 할아버지는 명백한 우울증 진단 기준에는 미치지 않지만, 삶의 활력, 몰입, 의미가 약화된 '시들함(languishing)' 상태였다.
70세 최 할머니는 동네 수채화 모임에서 그림을 그리며 하루하루 즐겁게 보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모임이 끊기고, 이후 다시 모임이 재개되어도 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림 그리는 것도 재미가 없어지고, TV만 무의미하게 틀어놓는 날이 많아졌다. 최 할머니는 사회적 연결이 끊어진 뒤 몰입(flow) 경험을 잃으면서, 점차 삶의 생기가 줄어든 전형적인 시들함 상태에 있었다.
이 두 사례는 시들함의 전형적인 모습니다. 문제는 시들함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우울증으로 그리고 자살로 이어지기에 시니어 카운슬링의 주요 주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즉 DSM-5-TR에 언급되지는 않지만, 살맛을 잃어버리고 있으니 바로 ‘질병이 없다고 건강한 것은 아니다no illness≠health’는 시니어 카운슬링 접근이 필요한 셈이다.
또한 아래와 같은 ‘소확혐-소소하지만 확실한 혐오’도 확산되고 있다. 트라우마는 아니지만 삶을 짜증나게 하고 우울하게 하는 소소한 스트레스들이다.
68세 박 아저씨는 동네 커뮤니티 센터에 나가 운동을 한다. 그런데 요즘은 문 열고 닫는 소리, 옆 사람의 스트레칭 소리까지 하나하나 신경에 거슬렸다. “다들 버릇이 없어졌어”, “옛날 같지 않아”라며 자주 투덜거렸다. 가끔 집에서도 식구들이 조금만 어질러도 큰 소리로 불평을 터뜨렸다. 박 아저씨는 큰 문제가 있는 건 아니지만, 작은 일에도 과민 반응하며 부정적 감정을 키우는 '소확혐' 물결에 휘말려 있다고 보인다.
72세 정 할머니는 매일 뉴스를 보며 하루를 시작하는데, 뉴스를 볼 때마다 정치, 경제, 범죄 소식에 화가 치밀었다. "요즘 세상 정말 썩었어" "사람들이 다 나빠졌어"라고 말하며, 주변 사람들과 대화할 때마다 분노와 혐오의 말을 더 많이 하게 되었다.
정 할머니는 일상적 부정적인 정보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며, 마음속 '소확혐' 리스트를 키워가고 있었다. 이는 심리적 스트레스와 삶의 만족도 저하로 연결될 위험이 있었다. 소위 ‘대리 트라우마’으로 시달리는 셈이다. 모든 지구촌 소식-지진, 기후 변화, 테러와 전쟁 등등 소확혐 홍수 속에 살고 있는 셈이다.
"시들함은 삶이 조용히 스러지는 길이고,
소확혐은 마음이 스스로 병드는 길입니다.
그러나 이 둘 모두, 시니어 카운슬링으로
다시 피어나고, 다시 따뜻해질 수 있습니다."
물론 이 책은 그 동안 전통 노인 상담학이 다루어온 DSM-5-TR에 나오는 NCD-치매, 우울증, 자살, 망상 그리고 불면증 치료 상담에도 충실한 교과서이다.
저자 김종환 박사(Th.B., M.A., Ph.D., D.D.)
서울신학대학교 상담대학원 명예 교수
America Evangelical University 상담대학원 교수
한국상담대학원협의회장 역임
한국가족치료연구소이사장 역임
한국대상관계학회장 역임
한국기독교상담심리치료학회 감독회원
한국임상목회협회 감독회원
Fuller Theological Seminary 객원교수
Charles Sturt University 객원교수
대한민국 근정포장(2012년) 수여
• email / bell1015@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