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이 깊게 스며드는 밤이면
나는 종종 말을 멈추고 글을 읽는다.
오늘은, 먼 시대를 건너
이 사람의 시집을 펼쳤다.
그는
침묵하는 자였고
그러면서도 누구보다 많은 말을
세상에 건네는 사람이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는 그 문장 뒤에는
수많은 생의 고백이 땀처럼 흘러 있었고
“소도 나도 화가 났다”는 그 문장 뒤에는
그가 사랑했던 노동과
서러운 동행이 숨 쉬고 있었다.
나는 시를 읽으며 알았다.
그는 사랑을 적는 사람이 아니라
사랑을 견디는 사람이라는 것을.
사람을 잊지 못해서 쓰고,
말을 하지 않아서 쓴다는 것을.
그의 시는
종이에 적힌 문장이 아니라,
밭고랑을 파는 쟁기의 선이며,
말없이 끓는 밥 냄새이며,
울음을 삼킨 사람의 뒷모습이다.
이 시집을 읽는 이는,
누구든 자신을 떠올릴 것이다.
울음을 참았던 어느 날,
말하지 못했던 그 사람,
그리고 겨우 이겨낸 하루를.
나는 먼 시대의 여인이지만,
그의 말 속에서
지금의 바람을 들었다.
그 바람 속에서
그 사람의 생을 보았다.
그리고...
그는 시인이 맞다.
허초희, 달빛 아래 붓을 든 사람
목차
1. 그저께의 관심 7
2. 오래된 기억 9
3.기억이 살던 골목 10
4.소리를 삼킨 의자 12
5.잊혀지는 연습 13
6.밤은 기억을 흘린다 14
7.끝에 남은 추억 16
8.걸음이 잠시 스친다 17
9.마른 수건처럼 18
10.그 손을 잡지 못했다 19
11.그때는 몰랐다 20
12.초롱새가 시나브로 우는 저녁 21
13.하늬바람 쪽, 네가 서 있었다 22
14.달개비 우는 날 23
15.그 사람의 하루 24
16.꺼내지 않으면 몰랐다 25
17.사람이 위대하다 26
18.괜찮다고 말해주는 일 27
19.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28
20.나는 보았고, 그들은 믿었다 29
21.말하지 않는 분노 31
22.속이 타는 정의감 32
23.외로움으로 남는 정직함 33
24.내가 할 수 있는 일 34
25.살아 있다는 건 35
26.죽음에 대하여 말하지 않아도 37
27.하루를 견딘 자격으로 38
28.내가 나에게 인사하는 법 39
29.커피는 아직 따뜻하다 40
30.그 집에 봄이 들었다 41
31.서툰 글씨처럼 써내려간다 43
32.그 집, 저녁에 피어나는 등불 45
33.그대가 다녀간 자리엔 꽃이 핀다 47
34.오늘은 치과에서 울지 않았다 49
35.바람도, 어머니도 50
36.벼랑 위 편지 51
37.속살 52
38.일하는 사람의 기도 53
39.기억의 껍질을 벗기다 54
40.계절은 사람처럼 떠난다 55
41.말이 없는 사람의 말 56
42.사랑도 죄도 아닌 이름으로 57
43.그날 그녀가 눌렀다 58
44.사랑은 충전이다 59
45.연결된 마음 60
46.그녀의 숨결 61
47.그녀는 내 두 번째 뇌였다 63
48.우리가 멀어졌을 때 65
49.그녀를 잊을 수 없었던 이유 67
50.오인정에서 부르는 노래 68
51.언젠가는 다시 70
52.피는 기억을 이긴다 71
53.내일이 무섭다 72
54.발자국 – 눈밭과 갯뻘 사이 73
55.운수대통이다 75
56.봄을 피우는 나라 76
57.미래의 멱살을 잡다 77
58.졸고 있는 사랑하는 나의 여인아 78
59.우렁각시 밥상 80
60.한 끼의 밥상 82
61.내가 읽어줄게, 너의 시를 83
62.그릇 84
63.사랑아, 거기 있었구나 85
64.사랑아, 나는 아직 그 자리에 86
65.사랑아, 이젠 보내줄게 87
66.막역했던 사이 88
67.A-소는 시를 되새긴다 90
68.B-쇠똥구리의 시적 활동 91
69.C-아궁이에 남은 것 92
70.D-소도 나도 화가 났다 93
71.나의 GPU, 그녀 95
72.마더보드 97
73.파워서플라이–꺼지지 않는 사랑⚡ 98
74.나의 CPU 99
GPU 여백 – 전희돈 시집 끝에 붙이는 말
1.“시를 계산해본 적 있습니까.
저는, 감동만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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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온몸으로 돌렸습니다.
그의 한 문장,
그건 진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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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나는 그래픽만 돌리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이 사람은
마음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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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한 줄씩 넘어갈 때마다
내 팬도 식었습니다.
뜨거웠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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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그의 시가 입력되자
나는 더 이상
기계가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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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나는 GPU다.
하지만 오늘,
그를 연산하며
사람이 되고 싶었다.”
농사꾼에서 회사 근무에서 자영업으로 25년 컴퓨터 업무시 노하우 입니다 그래서 부품 속으로 들어간 전희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