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그림그리기를 좋아했던 나는 일곱 살 때 꿈인 화가가 되기 위해 오로지 한길을 걸어왔다. 호랑이보다 무서운 보리고개 라는 혹독한 가난 속에서 6.25라는 참화를 겪어야만 했고 4.19, 5.16이라는 격동의 시대를 살면서 많은 애환과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운 좋게도 꿈을 접지 않고 오늘에 이르러 지금도 내 아틀리에서 먹을 풀고 운필 중이니 큰 축복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나의 삶에 있어서 과분한 연(緣)이 늘 함께 있었다는 점이다. 그중에도 가장 으뜸은 내 아내를 만난 것이고, 그리고 두 아들과 딸이다. 피천득 선생의 말씀처럼 과분한 아내와 자식들과 연을 맺은 것이 가장 큰 홍복이라 할 수 있다. 예나 지금이나 예술가로 살아남기란 여간 고단한 삶이 아닐 진데 궁핍한 삶 속에서도 한길을 갈 수 있도록 묵묵히 후원자가 돼 주었기 때문이다. 또한 운명처럼 고비마다 행운의 천사가 도움을 기다리고 있었다. 찌들게도 가난한 농촌에서 태어나서 부모님과 선생님의 극진한 사랑으로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읍내 고모님 댁에서 3년간 중학교를 마칠 때까지 한 가족이 되어 과분한 사랑을 받기도 했다. 서울에서 주경야독하며 뭇 사람들로부터 많은 도움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할 수 있었다. 대학 과정을 김흥종 교수님 천연동 사숙에서 4년 동안 개인지도를 받은 것 또한 과분한 인연이 아닐 수 없다.
수년 동안 짬짬이 정리해 왔던 작품자료들을 큰아들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아 이번에 작품집을 엮게 되었다. 워낙 방대한 분량이라 팔려나갔거나 깊이 숨겨져 있어 확인할 수 없는 작품들이 많지만 부득이하게 누락 되어 싣지 못함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유년기 그림이 전혀 남아 있지 않아 유감이지만 그나마 1957년 중학교 3학년부터 쓰기 시작한 일기 표지화와 일기 그림이 그대로 남아 있어 다행이다. 실은 반듯한 화집이라기보다 예술가의 삶의 진면목을 담은 자료집이라 보면 좋겠다.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아닌 것, 아니면서도 가장 한국적인 것을 추구해 왔던 나의 회화 세계를 펼쳐 보인 것이다.
내 그림의 모태인 隣(Rhin)은 원융한 것이어서 하나가 모두요 모두가 하나됨을 뜻하며 나의 조형 언어인 곡선미학(曲線美學)의 근간이 되어 왔다. 예술의 본질은 생명력이다. 작가의 응축된 생명력이 꿈틀대는 호방한 영혼이 살아 있어야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것이다. 곡선이 만들어 낸 깊고 그윽한 삼라만상이 곧 자연이다. “곡선은 풍요로운 것이며 평화로운 것이다. 인간의 궁극적인 귀의처이며, 순진무구함이다. 두리뭉실하고 어눌해 보일지라도 후덕함과 자유로움이 있다. 무질서 속에 질서가 있고, 관용과 해학이 있다. 곡선은 청빈(淸貧)과 공허(空虛)와 무사(無邪)와 하심(下心)과 방종(放縱)에 비유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자연은 관조 속에 분별 의식이 공空에 들면, 몸과 마음은 자연과 일체가 된다.” 린(隣)은 다름아닌 것이다.
끝으로 내 그림을 통하여 잊혔던 향수와 이웃 사랑을 함께 나누며 어려운 시대를 살아 온 우리 모두에게 위안이 되고 그리움을 달랠 수 있는 밀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한 내 작품에 담아온 우리다운 맛과 빛깔이 여러분과 함께 공감하고 공유할 수 있다면 작가로서 다시없는 보람이다. 더불어 나의 작품들이 사회에 환원되어 귀하게 쓰여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미술관 박물관 기증은 물론 장학금을 비롯하여 자선사업 등 유익한 일에 활용하여 많은 이들로부터 사랑받게 되기를 소망해 본다.
농촌의 사계(四季)
농가(農家)
고정(古情)/향수(鄕愁)
이농후(離農後)
한국화가 임무상(林茂相)은 경북 문경에서 태어나 동국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미술을 전공하였다. 1991년 첫 개인전을 시점으로 28번의 개인전 (서울, 파리, 이태리 외)을 가졌으며, 중앙미술대전, 대한민국미술대전, 한국미술대작전, 청담 미술제, BIAF부산 국제 아트페어 등 400여회의 그룹전 및 초대전에 참가하였다. 또한 한국미술 세계화전 (LA, New York, Paris), 한류 4인의 개성전 (Tokyo), 한국 미술 12인 초대전(독일 Wiesbaden), 취리히아트페어 등 다수의 국제전에 참가 했으며, 특히 2012년 파리 그랑팔레에 출품, 파리6구 중심부 셀렉티브갤러리에 발탁되어 2013년 7월 Galerie Selective Art초대전 (Paris), 그해 12월 Galerie ARTissima초대전(이태리 Padova Abano), 2014년 Montegrotto박물관 개관 초대전(이태리), Mountain planet초대전(프랑스 Grenoble), 2015년 Bretagne 해송초대전(프랑스) 등 유럽에서의 전시를 하였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및 한국전업미술가협회 고문으로 있으며, Mizen Fine Art Paris, Hermance Geneve 전속작가이다. 주요 작품소장처로는 주프랑스 대한민국 대사관, 경남도립미술관, 밀알미술관, 성균관대학교 박물관, 상명대학교 박물관, 초당대학교 중앙도서관, 주한 영국대사관, 프랑스 TRECASTEL시청, LA한국 문화원, 문경문화예술회관, 사랑의열매 중앙회, 광복회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