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성의 삶을 담담하게 그린 담백한 주제의 소설이다.
작가는 이 소설의 주인공인 도연 삶의 궤적을 통해 20세기 여성 삶의 전형을 그리고 있다.
도연은 뭍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아프로디테와도 견줄 수 있을 정도의 미모를 갖춘 아름다운 여인이다. 그러나 도연이 젊은 의사 장진병을 만나고, 그 장진병이 불의의 교통사고로 목뼈가 부러져 중추신경이 끊어져 호흡조차도 산소호흡기에 의존하게 된다. 이 장진병을 위해 헌신하는 것이 20세기 여성 도연 삶의 전부다.
장진병을 치료하는 의료진은 도연이 아들을 출산하는 과정에 채집한 제대혈에서 중추신경조혈모세포를 추출하여 배양한 후 이를 장진병의 끊어진 중추신경에 주사한다. 장진병을 치료하던 의료진의 이 실험은 성공에 이르고, 마침내 도연과 장진병, 그리고 장진병의 아들 3 가족이 봄 날 호수가를 거니는 것으로 이 소설은 끝이 난다.
다음은 이 소설 주인공 도연의 모습을 그린 한 대목이다.
" 붉은 햇살 탓에 눈을 반쯤 감았지만, 뽀얀 이마에 붉은 햇살이 앉자, 도연의 이마는 더없이 곱고, 도연의 얼굴은 싱그럽다 못해 밝은 빛까지 낸다. 그 빛은 젊은 청춘의 빛이다. 도연은 그 빛을 등지며 침대에서 내려서 침대 옆에 서 있는 키 큰 통 거울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키 큰 통 거울 속 햇살을 받은 도연의 모습은 눈이 부셔 바라볼 수조차 없다."
봄 날 아침 창가에 드는 햇살을 등지고 앉아 20세기 여성 삶의 궤적을 이 소설을 통해 살펴보는 것도 독자 제위께 의미가 있는 일이라 여겨진다. 20224.4. 정 상
뜨거운 눈길 / 3
혜안 / 3
신의 선물 / 4
에델바이스 / 5
새 길 / 9
유신 / 10
대학 / 13
영화 / 16
궤도이탈 / 23
전조 / 24
재회 / 28
엄마 / 32
헌책방 / 36
심장이 타다. / 38
소설 노을 / 39
다시 이별 / 41
노을 / 42
첫사랑 /43
열병 /44
새로운 만남 / 45
꿈 / 47
장진병 / 49
기대 / 51
세 번째 손님 / 51
낯선 전화번호 / 53
고백 / 54
새로운 만남 / 55
절정 / 58
비극 / 63
갈등 / 67
희망 / 71
출산 / 73
봄날 / 77
프롤로그
이 소설의 주인공인 도연의 삶은 20세기 여인의 모습일 수밖에 없다. 20세기의 여인은 자신의 미래를 부모에게 의존하다가 정작 자신의 삶을 주도해나가야 할 때가 되면, 남성이라는 이성에게 이끌려 그만 자신의 삶이 향하는 곳을 모른 체 그 삶에 매몰되고 만다.
도연 역시 타고난 자신의 미모에 기대어 자신이 살아갈 삶의 미래에 대한 꿈을 꾸다가 어느 날 우연히 부딪힌 남성인 젊은 의사 장진병에게 이끌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꿈을 잊은 채 살아간다.
어쩌면 도연을 이끈 그 힘은 자신의 후손을 남기도록 설계된 인간의 유전자 지도에 기록된 본성에 해당하여 그 누구도 그 본성을 거부하기 어렵다.
도연이 젊은 의사 장진병을 만나게 되고, 그 장진병이 교통사고를 당하여 목이 부러지면서 중추신경이 끊어지기 전 장진병의 아이를 임신하게 되는 것도 마치 우연처럼 보이지만, 실은 장진병과 도연 사이에 알 수 없는 연결점 곧 유전자적 결합이 사전에 계획되어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이 점을 우리는 과학적으로 증명할 순 없다. 하지만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그 사실에 묶이는 것이 20세기 감성적 여성이다.
이런 점을 이유로 나는 소설 속 주인공인 도연을 20세기 마지막 여성으로 그리고 싶었다.
21세기 여성은 소설 속 도연과 같은 상황을 맞아서는 도연과는 다른 선택을 할 것으로 본다.
21세기 여성은 남성 의존형 여인이 아니라 자기 주도형이다.
그 배경에는 21세기 후반기에 이르면 인간 유전자 지도를 아예 바꿀 수 있는 과학적 지식이 나와 인간의 육체는 말할 것도 없고 인간의 정신까지도 그 지식이 지배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세상의 여성은 20세기 감성적 여성과는 다른 행동 양태를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짐작하건 데, 도연이 21세기를 살아가는 여성이라면 장진병을 위해 희생을 선택하기보다는 자신만의 행복을 위한 삶을 선택한다. 다시 말해 21세기를 살아가는 여성은 20세기 여성과는 달리 삶의 기준을 자기 성취에 둔다.
자연히 21세기를 살아가는 여성에게 순종 내지는 순정을 기대하기 어렵다.
아이를 출산하는 것 역시 21세기 여성은 오로지 자신의 필요와 능력에 따라 선택한다. 즉, 21세기형 여성에게 출산은 남녀 사이에 이루어진 사랑의 결과가 아니라 자기 능력과 필요에 따른 것으로 선택사항이라는 의미다.
이는 산업사회가 대가족 제도를 붕괴시키고 핵가족 제도로 사회를 이행시켰듯이 인공지능이 작동하는 21세기 사회는 가족이라는 개념조차 허물게 될 것이라는 뜻이다.
아무튼 나는 이 소설 속 주인공 도연을 20세기형 마지막 여인 삶의 모습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그 20세기 여인의 속성과 행동 양태를 이 소설에서 그리고자 했다. 다만, 나의 뜻대로 주인공 도연이라는 인물을 내 능력의 한계로 창조하지 못했다는 점을 시인한다. 다만, 20세기를 살아간 여성 중 상당 수는 소설 속 도연과 같은 삶의 궤적을 가졌을 것이라 추측한다.2024.4.
한국경제에 대한 이해, 한국의 길(부제-참여정부에 대한 새로운 이해), 뜨거운 감자, 행복을 주는 사람, 단 한 명의 청소년을 위한 담론 등의 저자로서 소설 회화도(오만평의 쉘가스 전 개발 프로젝트), 봉변 등을 발표한 바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