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은 일의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일은 언제나 감정 속에서 이루어진다.
사회복지 조직에서는 일이 먼저다.
일이 쌓이고, 일정이 돌아가고, 실적이 요구된다.
그 사이에서 감정은 자주 놓치게 된다.
보고서에도 없고, 평가표에도 담기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감정은 일의 중심이 아니라,
자연스레 주변부로 밀려나곤 한다.
하지만
이제야 조금씩 알게 되었다.
사람이 머무는 조직, 관계가 살아 있는 조직은
결국 감정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출근길에 마주친 직원의 눈빛,
회의 중 흐르던 침묵,
복도에서 스쳐 지나가며 나누는 짧은 인사,
퇴근 직전 남겨진 말 없는 한숨 …
이 모든 것이 우리가 함께 일하는
조직의 정서적 풍경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그 감정을 종종 넘기곤 한다.
“일이 먼저니까.”
“괜히 분위기 흐릴 수는 없으니까.”
나도 그랬다.
관리자가 된 뒤로는 더 조심스러워졌다.
감정을 꺼내는 일이 부담스러웠고,
책임 있는 사람이라면 판단이 먼저여야 한다는 믿음이
오래도록 내 안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나의 감정은 한 칸씩 뒤로 밀렸고,
관계를 놓쳤고, 신뢰를 잃었고,
결국 나 자신도 지쳐갔다.
이 책은 그런 시간들을 다시 돌아보며 써 내려간 기록이다.
감정을 숨기고 참아내는 게 당연했던 현장에서
내가 어떻게 무뎌졌고,
어떻게 다시 감정을 회복하며 돌아왔는지를 말하고 싶었다.
여기에 담긴 이야기들은 단지 나만의 고백이 아니다.
현장에서 묵묵히 버텨온 많은 이들의 감정 조각이기도 하다.
말하지 못했지만, 분명히 존재했던 마음들.
이제는 믿는다.
감정은 일이 끝난 뒤 따라오는 것이 아니라,
일을 가능하게 만드는 힘이라는 것을.
조직이 다시 숨을 쉬려면,
먼저 감정이 숨 쉴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은 바로 그 믿음에서 시작되었다.
제1부. 관리자, 감정을 외면하다
1. 관리자에게 감정이란 무엇인가?
2. “감정을 말하면 약해 보일까 봐”라는 두려움
3. 감정을 누르는 조직에서 살아남는 법
4. 관리자라는 이름 아래 감정을 잊어버린 나
5. 감정을 읽지 못하는 리더십의 한계
제2부. 실무자 시절, 말하지 못한 감정들
1. “일보다 분위기가 더 힘들어요”
2. 회의는 통제였고, 감정은 숨겨야 했다
3. 침묵이 감정 회복의 유일한 전략이었을 때
4. 감정 표현이 곧 문제를 만드는 것으로 여겨졌던 문화
5. “분위기가 너무 무섭고 싫어요”라는 실무자의 기록
제3부. 말하지 못한 감정, 대나무숲에 닿다
1. 실무자의 목소리가 쌓이는 공간: 사회복지 대나무숲
2. 자주 언급된 단어: 사람, 관리자, 감정
3. 종교, 위계, 침묵이 얽힌 감정 권력 구조
4. 실무자의 글은 ‘불만충’이 아니라 ‘감정 보고서’다
제4부. 감정을 읽는 기술, 감정 리터러시
1. 감정은 성향이 아닌, 훈련되는 기술이다
2. 감정 리터러시 4단계: 인식–표현–해석–조율
3. 정서지능과 감정 리터러시는 무엇이 다른가?
4. 감정 회의, 피드백 카드, 중재자 제도 등 실천 도구들
제5부. 감정이 머무는 조직, 사람이 머무는 조직
1. 감정을 말하는 순간, 조직이 숨 쉬기 시작한다
2. 머물게 하는 리더십은 감정에서 시작된다
3. 사람은 감정이 머무는 자리에 남는다
4. 성과는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5. 인정은 성과가 아니라, 존재에 대한 응답이다
제6부. 다시, 감정을 회복하는 자리로
1. 조직에도 감정이 있다
2. 감정을 리더십으로 다시 만나다
3. 리더십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감정 습관이다
4. 조직을 지탱하는 힘, 감정의 언어
5. 감정은 실패가 아니라, 관계의 언어다
6. 이번엔 감정을 지우지 않기로 했다
7. 감정을 읽는 자리로 돌아오다
에필로그
강성필은 20년 넘게 사회복지 현장에서 일해온 실천가이자, 조직 경험을 사유하는 연구자이다.
사회복지사로 시작해 관리자 역할을 수행하며, 실무와 리더십의 경계에서 감정과 관계의 무게를 온몸으로 견뎌온 사람이다.
그는 관리자라는 이름 아래 감정을 조절하고 감추는 일이 당연시되는 조직 문화를 경험하며,
‘감정을 잃지 않으면서도 관리자로 살아갈 수는 없는가’라는 질문을 품게 되었다.
그 물음은 개인적 회고를 넘어, 조직의 정서 구조를 다시 바라보게 하는 관찰자의 태도로 이어졌다.
현장의 경험을 이론으로 연결하고, 이론을 다시 실천의 언어로 풀어내는 데 관심이 많다.
그는 감정이 조직을 움직이는 가장 깊은 동력이며, 감정이 허락되는 공간에서야 비로소 사람이 머물 수 있다고 믿는다.
지금도 감정이 흐르는 조직을 만드는 일에 자신의 역할이 있다고 여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