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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송. 완료로 표시된 것들의 귀환

회송. 완료로 표시된 것들의 귀환

지은이 : 백동인
출간일 : 2026-02-06
ISBN : 9791199197664
판매가 : 19,800원
포멧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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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이 책은 어떤 결말을 향해 나아가지 않는다. 대신 이미 끝났다고 표시된 것들이 어떻게 다시 돌아오는지를 오래 바라본다. 돌아옴은 우연이 아니라, 너무 빨리 완료된 말들이 남긴 잔여처럼 반복된다. 문장은 보내지고, 확인되고, 처리되었으나, 그 과정에서 사라졌다고 믿었던 것들은 다른 형식으로 다시 나타난다. 그것은 설명이 아니라 상태로 돌아온다.

화자는 사건을 말하지 않는다. 그는 표를 읽고, 빈칸을 보고, 규정이 적힌 줄을 따라 이동한다. 이동은 목적지를 향하지 않고, 처리기한과 접수번호, 확인 요청 같은 문구들 사이에서 잠시 멈추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멈춤은 결단이 아니라 몸의 반응에 가깝다. 손이 먼저 굳고, 숨이 얕아지며, 생각은 늘 그 뒤를 따라온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문서와 기록, 하이픈과 괄호는 상징이 아니다. 그것들은 우리가 매일 통과해 온 표면이며, 그 표면 위에서 말과 시간, 책임이 어떻게 눌리고 접혀 왔는지를 보여 주는 흔적이다. 빈칸은 채워지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누군가가 너무 빨리 지나가지 않도록 잠시 속도를 늦추는 자리로 남아 있다.

『회송』은 완료를 약속하지 않는다. 완료는 안심을 주지만, 그 안심이 무엇을 닫아 왔는지를 묻지 않는다. 이 소설은 끝내지 않음이 언제나 옳다고 말하지 않으면서도, 너무 빨리 끝내는 세계에서 늦춤이 어떤 비용을 요구하는지를 조용히 기록한다. 그 비용은 개념이 아니라 몸에 남는다. 손의 속도, 발의 멈춤, 문장을 닫지 않은 채 남겨 두는 자세로.

읽는 동안 독자는 어떤 질문을 받지 않는다. 대신 기다리게 된다. 질문이 답으로 번역되기 전의 시간, 책임이 처리라는 말로 환원되기 전의 시간을. 이 책이 남기는 것은 해답이 아니라, 아직 닫히지 않은 상태다. 그 상태는 불편하지만, 불편함 속에서만 사라지지 않는 것들이 있다.

『회송』은 이미 끝났다고 믿었던 말들이 다시 돌아오는 경로를 따라가며, 우리가 얼마나 자주 너무 빠르게 안전해져 왔는지를 묻는다. 그리고 그 질문을 끝까지 적지 않은 채, 독자의 손이 잠시 멈추는 자리에서 조용히 멈춘다.

목차

처리항목
프롤로그
1장. 17:00(규정 12조 적용 중)
2장. EDIT-0, 열지 않음
3장. 열람 제한
4장. 우선 처리
5장. 양식 변경
6장. 분류 불가
7장. 부연 설명
8장. 경로 미정
9장. 빌려 말함
10장. 대기 상태
11장 회송
에필로그
저자 소개

책리뷰

출판사 서평
이 소설은 어떤 문장을 끝내지 못한 사람의 이야기로 시작되지만, 그 시작이 곧 망설임의 고백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끝맺음을 지나치게 쉽게 요구해 온 세계에 대해 몸이 먼저 반응한 흔적에 가깝다. 서류함 앞에 서 있을 때나, 도서관 지하의 낮은 천장을 올려다보던 순간, 혹은 남쪽의 체육관 바닥을 떠올리게 되는 때마다 화자는 반복해서 멈춘다. 그 멈춤은 의지의 산물이 아니라, 손과 호흡이 먼저 알아차린 어떤 조건처럼 찾아온다. 손이 멈추고, 숨이 늦어지며, 생각은 늘 그 뒤를 따라온다. 이 소설은 그 순서를 바꾸려 하지 않는다.
여기에는 눈에 띄는 사건도, 급하게 정리되는 결론도 없다. 대신 표와 빈칸, 하이픈으로 끝나지 못한 문장들, 그리고 삭제되지 않은 채 남아 있는 기록들이 반복해서 모습을 드러낸다. 끝났다고 표시된 것들이 왜 다시 돌아오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고통이 왜 늘 특정한 몸에만 남는지에 대해, 소설은 설명하지 않는다. 다만 그 장면들을 오래 바라본다. 마치 오래된 사진 속에서 사소한 균열 하나가 점점 더 선명해지는 것처럼.
『회송』은 끝내지 않음을 미학으로 삼지 않는다. 끝내지 못함이 때로는 누군가의 삶을 가리는 방식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소설에서의 윤리는 언제나 비용을 동반한다. 늦추는 동안 감당해야 하는 압력, 비워 둔 칸이 언젠가 다른 이에게 요구로 돌아오는 순간까지를 함께 짊어진다.
책을 덮고 난 뒤, 독자의 기억에 남는 것은 특정한 장면이라기보다 감각에 가깝다. 미세하게 기울어진 복도의 바닥, 차갑게 닳은 계단의 모서리, 결론의 장소가 아니라 다시 일어남의 자리로 남아 있던 체육관의 바닥 같은 것들. 이 소설은 말한다기보다, 낮은 목소리로 남겨 둔다. 일어남은 끝이 아니며, 그것은 다음 칸으로 가기 전 잠시 고르는 숨에 불과하다고.
『회송』은 답을 주지 않는다. 대신 질문이 너무 빨리 처리되지 않도록, 그 질문을 독자의 곁에 오래 머물게 한다. 그 느린 호흡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끝내고 무엇을 남겨 두어야 하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저자소개

백동인은 사유의 언어로 글을 써 왔다. 신학과 철학의 문법 안에서 질문을 세우고, 개념을 끝까지 밀어 붙이는 방식이었다. 최근에 와서 그는 그 질문들을 소설의 형식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사건을 증명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문장이 멈추는 지점과 기록이 남는 방식을 더 오래 보기 위해서였다.
그의 소설은 결단을 앞세우지 않는다. 대신 이미 선택이 끝난 것처럼 보이는 상태에 머문다. 구조가 결정을 대신해 버린 순간, 개인의 의지가 개입할 수 없는 자리. 인물의 내면보다 절차의 표면을, 감정의 고백보다 압력의 배치를 따라간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장편 연작 《레조넌스》 시리즈를 통해 전개되어 왔다. 《레조넌스 1》(Resonance, Vol. 1), 《마침표 뒤의 반음계》(The Half-Ton after a Full Stop: Resonance II), 그리고 독일어로 발표된 《문장 너머의 도시—시카고 2050》(Die Stadt jenseits der Sätze — Chicago 2050), 《레닌그라드 홍수 연대기》(Leningrader Flut-Chroniken)에 이르기까지, 그의 소설은 도시와 물, 기록과 침묵, 문장과 공백을 하나의 서사적 장치로 연결한다.
특히 《문장 너머의 도시—시카고 2050》은 물이 차오르는 도시가 조용히 귀를 기울이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열려 있는 아카이브들은 잊힌 방처럼 놓여 있고, 그 사이를 기억이라 부를 수밖에 없는 어떤 것이 흐른다. 미래의 시카고에서 말들은 쓰이는 동시에 사라지고, 중복되며, 종잇장처럼 강 위를 떠다닌다. 역사는 직선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돌아오고, 멈추고, 방향을 바꾼다.
이 도시에는 열일곱 개의 문장이 없다. 언제 사라졌는지는 아무도 정확히 말하지 못한다. 다만 그 부재는 미세한 압력처럼 도시 전반에 남아 있다. 질문은 무엇이 사라졌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손상시키지 않고 붙잡을 수 있는가다. 서버실과 물에 잠긴 계단 사이에서 인물들은 거의 우연처럼 마주친다. 그들의 가까움은 조용하지만, 공간의 성질을 바꾼다. 문서들은 증거이기 때문에 무게를 갖는 것이 아니라, 접촉하기 때문에 무게를 갖는다.
이 연작에서 세계는 설명되는 대상이 아니다. 끝내 다 정리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는 장소다. 문서와 표, 발송 기록, 마침표와 하이픈 같은 비서사적 요소들은 장식이 아니라, 의미가 생성되고 소유되는 과정을 드러내기 위한 형식적 선택이다.
장편소설 『회송(回送)』은 이러한 작업의 연장선에 놓여 있다. 완료로 표시된 것들이 다시 돌아오는 경로, 제출과 처리 이후에도 남는 책임과 고통을 다루며, ‘끝내지 않음’을 하나의 윤리로 밀어붙인다.
백동인은 현재도 영어와 독일어로 소설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그의 소설은 대답을 주기보다, 너무 빠르게 닫히는 문장 앞에서 잠시 늦추는 법을 묻는다.
저서 소개: https://url.kr/dnjle8
저자 소개: https://wipfandstock.com/author/dong-in-bae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