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리-상태 서사 1: 접수』는 사건이나 결정보다 앞서 이미 주체를 구성하고 있었던 상태들을 분석하는 철학적 저작이다. 이 책은 ‘무엇이 일어났는가’가 아니라 ‘어떤 조건들이 이미 도착해 있었는가’를 묻는다. 접수, 지연, 압력, 잔여와 같은 개념을 통해 윤리와 책임이 선택 이후가 아니라 선택 이전에 형성된다는 관점을 제시하며, 완료와 결론 중심의 사유 방식에 대한 비판적 대안을 제안한다.
1. 발생(촉발_노출_수신_유입_감지_호출_반응)
→ “시작은 없었고, 나는 이미 영향권 안에 있었다”
2. 지연(보류_체류_정지_대기_미결_연기_잔존)
→ “보류 중인 채로 인생이 먼저 완료되어 버림”
3. 압력(부하_밀도_긴장_침투_중첩_과포화_누적)
→ “아직 괜찮다고 말하다가 이미 무너져버린 상태”
4. 기록(표식_흔적_각인_저장_고정_등록_보관)
→ “잊은 줄 알았는데 이미 다 저장되어 있었다”
5. 변형(왜곡_전이_편차_누락_변주_재배열_전도)
→ “그대로 둔 줄 알았는데, 이미 다른 이야기가 되어 있었다”
6. 윤리(책임_응답_연루_증언_침묵_회피_수용)
→ “아무 말도 안 했고, 그게 제일 큰 말이었다”
7. 잔여(미완_공백_여백_유예_파편_잔흔_지속)
→ “정리를 거부했고, 그래서 세계가 더 정확해졌다”
8. 결론 — 아직 끝나지 않은 압력의 지도
이 책은 사건을 다루지 않는다.
더 정확히 말하면, 사건이 되기 이전부터 이미 작동하고 있었던 시간과 상태를 기록한다.
『처리–상태 서사 I: 접수』는 철학서이면서 동시에 하나의 장기 기록에 가깝다. 저자는 선택, 결단, 행동이라는 고전적 서사의 축을 비켜서, 주체가 언제 이미 세계 안으로 편입되었는지를 끝까지 추적한다. 여기에는 극적인 장면도, 명확한 시작도 없다. 대신 문서가 접수되듯, 요구가 도착하듯, 책임이 조용히 스며드는 국면들만이 반복적으로 관찰된다.
이 책에서 “접수”란 행위가 아니라 상태다.
무언가를 받아들였다는 의식 이전에, 이미 받아들여져 있었음을 뒤늦게 인식하는 자리. 저자는 이 지점을 사건의 출발점이 아니라, 출발이 불가능해지는 지점으로 규정한다. 시작은 선언되지 않고, 원인은 끝내 확정되지 않는다. 다만 지연, 압력, 기록, 변형, 윤리, 잔여라는 일곱 개의 국면을 따라, 주체가 어떻게 이미 책임의 장 안에 놓여 있었는지를 서서히 드러낼 뿐이다.
이 서사는 설명을 거의 제공하지 않는다. 개념은 정의되기보다 배치되고, 논증은 전개되기보다 체류한다. 문장은 종종 사건을 말하기 직전에 멈추고, 판단은 결론을 향해 나아가기보다 유예된다. 그 결과 독자는 이해자가 아니라, 처리 과정에 동반 입회한 증인의 위치에 놓인다. 무엇이 일어났는지를 아는 것보다, 언제 이미 늦어 있었는지를 감각하게 되는 독서다.
『처리–상태 서사』는 총 일곱 권으로 기획된 연작이다.
이 첫 권 『접수』는 이후의 모든 국면이 이미 여기서 결정되어 있었음을 보여 준다. 촉발, 노출, 수신, 유입, 감지, 호출, 반응이라는 연쇄는 사건의 단계가 아니라, 책임이 서서히 언어를 얻어 가는 절차적 형식들이다. 이 연작은 결론을 향해 나아가지 않는다. 대신 주체가 언제 이미 결정의 장 안에 들어와 있었는지를 반복적으로 식별한다.
이 책은 독자를 위로하지 않는다.
해답을 제시하지 않고, 판단을 안내하지 않으며, 윤리를 단순화하지 않는다. 다만 너무 빨리 봉합되는 설명을 의심하고, 너무 쉽게 끝내는 해석을 늦춘다. 읽고 나면 무엇을 알게 되었다기보다, 어떤 상태 안에 오래 머물렀다는 감각만이 남는다.
『처리–상태 서사 I: 접수』는 철학서이지만, 논문이 아니고, 소설이지만 서사가 아니다.
사건이 아니라 상태를, 결단이 아니라 선행성을, 결과가 아니라 잔여를 기록하는 이 연작은, 오늘날 책임과 주체를 다시 사유하기 위한 가장 느린 형식의 시도다.
그리고 이 책이 끝날 때, 독자는 아마 이렇게 말하게 될 것이다.
“나는 언제 이미 접수되었는가.”
백동인은 윤리, 책임, 시간성을 중심으로 사건 이전의 상태를 분석하는 철학자이자 저술가이다. 『처리-상태 서사』 연작을 통해 결정과 사건 중심의 사유 방식에서 벗어나, 접수·지연·압력·잔여와 같은 처리 이전의 조건들을 철학적으로 탐구하고 있다.